레지스의 이 대사는 또 너무 디틀라프가 떠올라서 울었다... 인간보다 동족을 훨씬 선호하고 인간들과 섞이길 꺼려하던 디틀라프가 사람들에게 반했던 부분이 바로 보상 없는 호의와 선행이었는데...ㅠㅠㅠㅠㅠㅠㅠㅠㅠ
같은 맥락인데 레지스는 본인 말대로 '전반적'인 인간 사회를 보며 꽤나 냉정하게 판단하고 있는 반면 디틀라프는 예외적으로 자기에게 다가온 호의에 집중하는 점이 둘의 가장 결정적인 차이점 같다.
레지스의 방식은 '인간들처럼 살기 위해 분투'하는 일환으로 보인다. 개인들, 각각의 인간 개체를 대하는 것보다 인간 '사회'에 섞여 살고 싶은 존재의 접근방식. 인간들이 '전반적'으로 어떻게 행동하는지, 어떤 원칙을 따르는지, 무슨 가치를 우선하는지를 관찰하고 분석해서 그걸 직접 행동으로 옮겨 체득하는 일종의 훈련과정. 본성이 아닌 것, 이해하지 못하는 것을 습득하고 익혀 활용까지 하려니 피곤할 수밖에 없다.
반면 동족들과 어울려 살기 좋아하고 인간들 자체엔 상대적으로 관심이 덜한 디틀라프는 정말 동물적으로, 감정적으로, 직관적으로, 경험적으로, 무엇보다 '솔직하게' 접근한다. 인간 전체, 인간 사회 전반의 경향성을 관찰하지도 않고, 그럴 필요도 느끼지 못한. 인간들과 거리를 두며 살다가 자신에게 호의를 보이며 다가오는 몇몇 개체에만 반응하고 아주 개별적인 관계만 맺으면 될 뿐이니까. 레지스와는 달리 인간 사회 틈바구니에서 자신의 자리를 찾기 위해 분투할 필요가 없는 존재의 여유다.
여기서 이 둘은 갈린다. 레지스도 심지어 디틀라프도 인간을 제각기 나름대로, 어느 선까지는, 어떤 방식으로는 사랑하고 있지만 이 지점이 이 둘을 극과 극으로 가르는 분기점이 된다. 물론 둘의 운명도 함께 갈려버렸고 어떤 엔딩이건 나는 울었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그리고 디틀라프도 바로 그 지점에서 레지스와 자신이 근본적으로 다르단 걸 너무 잘 알고 있다
레지스의 절박함은 레지스로 하여금 그가 그리도 섞여들어가고 싶어한 이 사회가 친구이며 형제이며 은인인 존재의 목덜미를 물어뜯어가면서까지 지킬 가치가 없음을 간과하게 만들었고, 디틀라프의 본능적이고, 아주 개별적으로만 구축된 인간과의 관계성은 보끌레흐 참사로 그리고 자기 자신의 죽음으로 이어졌다.
디틀라프가 자신에게 의미가 있는 소수의 특정 인간들과만 교류하는 대신 레지스처럼 인간의 사회 전체를 보고 다른 인간들을 생각했다면 보끌레흐 참사는 없었을 것이고, 레지스가 단체로 뭉뚱그려지는 '인간 사회'에 섞여들어가겠다는 생각을 하는 대신 디틀라프처럼 소중한 몇몇 인연들로부터 다른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는 의미와 기쁨을 찾는 법을 배웠더라면 그토록 괴로울 일도, 외로울 일도, 피곤할 일도, 두 친구 사이에서 선택을 해야만 했던 일도 없었겠지.
닮았으면서도 완연히 다른 두 고위 뱀파이어들 너무 사랑하고 또 사랑해 마지않아서 자꾸 말이 길어진다 엉엉 레지스 디틀라프 사랑해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우리 소중한 하이어뱀프들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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