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PREY 온갖 엔딩 및 서브퀘스트를 포함한 스포일러 주의 (1회차만 하신 분들께는 이 포스트가 지뢰가 될 수 있습니다)

※ DISHONORED 1, 2 루트별 엔딩 스포일러 주의

 

 

 

 

1. 시뮬레이션 룸 : 혹은 모건의 방

 

시뮬레이션 룸에서 (문자 그대로) 거짓된 하루를 반복하며 살다가 진리를 깨달은 후 '거짓된 세계를 보여주는 유리창'을 깨고 방에서 탈출해 자유를 찾는 모건. <진리가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를 이보다 직설적이고 충실하게 구현하기도 쉽지 않을 듯.

하늘, 풍경, 아름다운 지구, 평온한 도시의 모습 등 거짓된 이미지를 보여주던 베란다 창문(가짜 세계, 알껍질)을 깨고 나가 진짜 세계를 마주한다는 연출은 진짜 노렸음. 노리고 만든 것일 수밖에 없음. 이 연출이랑 디자인 떠올린 다음 분명 이거 너무 오진다고 자축하면서 단체 회식했다 아케인

베란다 대신 복도의 수족관을 깨고 나갈 수 있다는 점도 의미심장함. 솔직히 내가 이만큼 의미를 담은 연출을 준비했으면 오직 베란다 창문을 깨야만 시뮬레이션 룸에서 나갈 수 있도록 디자인했을텐데 아케인은 구태여 복도에 수족관을 두었고 그걸 깨고 나갈 수도 있게 해뒀다 처음엔 굳이 왜 그랬나 싶었는데 생각해보니 진짜 변태들임

수족관은 물고기에게 인공적으로 만들어준 거짓된 세계임. 물고기에게 꾸며진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고, 그 안에 가둬두는 기능을 한다는 점에서 모건의 시뮬레이션 룸과 다를 것이 없음. 커다란 강이나 바다가 아닌 작디 작은 수족관에 갇혀서 그것이 진짜 세상인 줄 알고 살아가는 물고기나, 시뮬레이션 룸에 갇혀서 그것이 진짜 세상인 줄 알고 매일 똑같이 첫 출근을 하러 가는 모건이나... 물고기든 모건이든 똑같은 신세고 이 유리창 밖에 진짜 세계가 있다는 진리만이 그들을 자유케 할 수 있음 

1회차에 절대다수의 유저들은 수족관이 아니라 베란다 유리창을 깨고 탈출하게 될 거고... 후에 수족관을 깨고 나가면서 어 여기로도 나갈 수 있네? 싶었을 것이다 거기서 끝날 수도 있지만 잘 생각해보면 왜 하필 유리창이고 왜 하필 수족관인지가 이해되기 시작하면서........ 아 아케인 이 미친사람들 사랑합니다 모두 프레이하세요

 

(※ 심지어 이 수족관과 물고기는 진짜 수족관도 진짜 물고기도 아니고 루킹글래스 영상임. 그리고 엔딩 가야 밝혀지지만 모건유도 진짜 모건유가 아니고 모건유의 기억을 이식받은 타이폰 실험체. 아케인 진짜 미쳤습니다 프레이하세요)

우연이요? 아케인한테 그런 건 없습니다
재뉴어리와의 첫 대면에서 이 미션을 두고 재뉴어리가 하는 말도 고르고 골라 '자유케 하다'임

 

"My first task was to free you from the simulation."

The truth will set you free

 

이후 무엇을 믿고 어떤 선택을 하든 적어도 이 시점에서 재뉴어리는 모건을 <자유>케 한 <진실>이었음

프레이하세요

 

 

 

 

 

 

2. Ready for your first real view of the world?

그런데 심지어 시뮬레이션 룸의 유리창을 깨고 나온 모건이 마주한 것조차 <진짜 세계>의 전부는 아니었음

 

스샷이 없어서 적절한 짤로 대체함

 

처음으로 구역을 이동해 로비에 발을 내딛는 순간 재뉴어리가 하는 말, <진짜 세계를 마주할 준비가 되었습니까?>

짧은 복도를 걷는 동안 플레이어는 이게 뭔 소린가 싶음 유리창도 깨고 나왔고 진실도 알았고 미믹도 봤고 시체도 봤고 팬텀도 봤음 난 이미 진짜 세계 한가운데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이제와서 '마주할 준비'라니 뭔소리야

 

하는 순간 정면의 거대한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우주>를 마주하게 됨

 

긴말 필요 X

아케인 이 변태새끼들

많이 버세요

 

 

 

 

 

3. 엔딩

그런데 심지어22222 그렇게 마주했던 우주조차 <진짜 세계>의 전부가 아니었음2222

진짜 <진짜 세계>는 엔딩에 가서야 드러남 (아케인 좀 많이 미친 것 같음)

 

 

그간 플레이어는 모건유였고 그랬기에 모건유로서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 계속 처해왔음. 사람들을 구할까, 희생시킬까, 혹은 그것에 의미가 있을까. 타이폰을 무력화할까, 피해다닐까, 역으로 이용할까. 탈로스1을 자폭시킬까, 무력화만 시킬까, 탈로스1에서 탈출할까 혹은 함께 죽을까 등. 하지만 엔딩에서 '진짜' 정체와 '진짜' 진짜 세계를 깨달음으로써 플레이어는 그간의 그 모든 거짓으로부터 - '모건 유'라는 시뮬레이션으로부터 자유로워짐.

 

그렇기에 불살루트로 모든 승무원을 구하고 중요한 서브퀘를 전부 완료한 플레이어도, 알렉스가 완벽하게 활성화된 미러뉴런에 기뻐하며 손을 뻗는 순간 악수를 하는 대신 그를 죽여버릴 수 있게 되는 것.

 

솔직히 인게임상에서 저 선택지로 엔딩을 보면 상당히 허무함. 저기서 뭐가 더 있는 게 아니라 그대로 이야기가 끝나버리기 때문에. 처음엔 그 허무한 엔딩에 좀 실망하기도 했고 대체 이게 뭐지 싶었는데 여기서 한걸음 더 나아가서, 이것이 게임이라는 사실을 염두에 두면...... 진리는 당신을 허무함으로부터 자유케 합니다 아케인 이 변태적으로 미친사람들

 

디스아너드2에서 플레이어가 로우카오스 루트를 걸어왔다면 마지막 순간에 돌이 된 코르보/에밀리를 구하지 않고(혹은 영원히 안전하게 두고) 제위만을 차지할 수는 없음. 게임 시스템적으로 아예 그런 선택지 자체가 존재하지 않음(석상을 되살리지 않으면 왕좌와 상호작용할 수 없음). 그 힘든 상황 속에서도 아버지/딸을 구하겠다는 일념으로 길을 잃지 않고 저혼돈을 유지한 에밀리/코르보가 마지막 순간에 변심해서 그들을 영원히 돌로 박제된 채 둘 리 없기 때문에. 

디스아너드 1에서도 이와 같은 갈림길이 나타나는데, 로카에서 에밀리는 (해블락이 방 밖에 있긴 해도) 비교적 "안전"한 방에 갇혀있음. 코르보는 에밀리가 갇혀있는 방 문을 여는 것으로 엔딩을 보게 됨. 에밀리를 구해 다시 던월을 '바로세운다'는 단 하나의 목적을 갖고 달려온 로우카오스 코르보에게 이 단계에선 선택이란 존재하지 않음. 변함없는 목적과 그를 위한 행동과 성취뿐임. 아케인은 안전한 방에 에밀리를 두고, 꺼내주기만 하면 - 혹은 꺼내주어야만 게임이 끝나도록 디자인함으로써, 여기까지 오는 길에 빛을 잃지 않았던 로우카오스의 코르보가 어떤 사람인지 시스템적으로 정의를 내림. 로카코르보는 그 정의 안에서 행동할 뿐이기에, 에밀리를 영원히 꼭두각시의 방에 가두어 둔 채로 떠날 수 없음.

하카코르보에겐 좀더... 수동적이나마 선택지가 주어짐. 비가 쏟아지는 킹스패로우 기지의 높은 곳에서, 에밀리를 인질로 잡은 해블락을 처리할 짧은 기회. 그 과정에서 미끄러져 위험에 빠진 어밀리를 위해 손을 뻗거나 - 오랫동안 힘겹게 버티는 에밀리를, 끝까지, 그 긴 시간동안 말없이 바라보기만 하는 것. 계속 살려달라 외치는 어린 에밀리가 힘이 빠져 결국 저 아래로 추락해버릴 때까지. 킬모션이 뜨는 살인은 아니지만 고의적 방관에 의한 명백한 살인이고... 혼돈의 길을 걸어온 코르보는 로우카오스 코르보와는 다르게 이런 선택을 할 수도 있다는 것을, 즉 둘은 전혀 다른 사람임을 선명하게 보여줌. 어느 쪽이건 코르보가 걸어온 길이 코르보라는 사람을 만든다. 그것이 각각의 코르보가 처하게 될 상황과, 나아가 그가 하게 될 선택들을(혹은 선택의 여부 그 자체를) 결정하게 된다.

 

 

 

 

 

하지만 프레이는? 시종일관 불살모건유로 아무도 죽이지 않고 모든 인간을 구하고 모든 타이폰을 섬멸하며 엔딩을 봤어도 마지막 순간에 알렉스를 죽여버릴 수 있음. 로카에밀리는 처음부터 끝까지 로카에밀리였기에 마지막 순간에 변심할 수 없지만, 자신이 모건유가 아니었음을 깨닫고 그 진리를 통해 자신의 지난 선택들로부터 자유로워진 타이폰-모건은 그 어떤 선택이라도 할 수 있는 것. 그 선택이 모건유로서 해왔던 것들과 완전히 상반되는 것이더라도.

 

인게임 엔딩 컷씬만 두고 보자면 짧고 허무하지만, 이것이 게임임을 염두에 두고 본다면 - 그런 선택지가 있다는 것 자체가 중요하단 걸 깨닫는다면 그 의미가 충격적으로 와닿는 연출.

 

아케인 미쳤죠?

프레이하세요

 

 

 

 

 

 

4. Escape pods are fake_

 

탈출 포드가 가짜라는 사실은 탈로스1에서 탈출 가능하다는 거짓된 희망으로부터 플레이어를(그리고 다른 승무원들을) 자유케 함

 

근데 저 문구는 <진짜 세계>의 전부가 아니었음 (※아케인특1)

'모든' 탈출 포드가 가짜는 아니었다는 사실은 이를 알고 있던 사람과 플러스원을 탈로스1로부터 자유케 함

 

근데 또 이게 끝이 아님

저 문구의 진짜 의미는 진짜 <진짜 세계>를 알아야만 깨달을 수 있음 (※아케인특2)

 

알렉스는 별도로 '진짜' 탈출 포드를 가지고 있고, 이 탈출 포드는 유효한 엔딩 루트 중 하나임. 하지만 이 포드를 타고 보게 되는 엔딩은 실패 엔딩이고, 까만 화면에 겨우 대사 두 줄(실패했어. 이게 아냐 / 다시 시작해)만 나올 뿐 아무런 맥락도 설명도 없어서 내용이나 의미를 이해하기 어려움.

 

하지만 이미 엔딩을 봐서 '진실'을 알고 있는 플레이어들은 알 수 있음. 실패 엔딩이 무슨 의미인지. 그리고 거기에서 한 발자국 더 나아가 시뮬레이션 - 즉 '진짜' <진짜 세계>의 관점에서 보면 탈출 포드 자체가 '페이크', 즉 탈로스1의 운명에 대한 선택을 외면하고 홀로 도주하려고 하는 실험체(실패작)를 걸러내기 위한 장치로 작용한다는 것을.

 

그리하여 플레이어는 앎. '탈출 포드는 가짜다'라는 말이 메타적으로도 사실임을. 그리고 이 진실은 플레이어를 무의미한 선택으로부터 자유케 함. 이 모든 걸 안 이상 굳이 또 의미 없이 탈출 포드를 탈 이유가 없으니.

 

본격 액자식 구성의 진리가 너를 자유케 하리라

프레이 하세요

 

 

 

 

 


5. 나이트메어

 

The truth set you free.

 

이건 좀 과다한 의미부여같긴 한데 나이트메어는 시간이 지나면 사라진다는 것도 너무......너무다 진짜 뭐라 형용할 말이 없음 악몽에 잡아먹히지만 않으면 사람은 잠에서 깨어나게 되어있다 그 진리를 알면 플레이어는 자칫 자신을 잡아먹을 수도 있는 거대하고 위협적인 악몽과 싸우는 대신(초반의 약한 모건에게 나이트메어는 상당히 벅찬 상대니까) 꿈에서 깨어날 때까지 버티며 시간을 보내는 방식으로 살아남을 수 있다 진짜로 진리는 너를 자유케 함

 

 

 

 

6. 미카일라

이걸 까먹고 있었다니 믿을 수가 없다 나중에 수정해야지

하지만 긴말 할 것도 없지 않나요

진실이 너를 거짓과 죄책감으로부터 자유케 하리라

 

 

 


결론은 프레이 하세요
하셨으니까 이 스포글을 보셨겠지만 그래도 프레이 하세요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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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hayum :